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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 관리자를 열어보다가 "WD My Passport 2627 USB Device"라는 이름을 보고 한동안 이게 SSD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얇고 가벼운 데다 소리도 크지 않아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용량 영상 파일을 옮기는데 속도가 100MB/s 근처에서 멈춰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해서 찾아보니 SSD가 아니라 2.5인치 하드디스크였습니다. 몇 년째 쓰면서 정체도 모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쓰고 있는 WD My Passport 2TB의 실제 사양, 속도, 그리고 오래 써보면서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2627은 무슨 숫자인가
장치 이름에 붙는 2627은 WD가 My Passport 휴대용 하드디스크 제품군에 쓰는 USB 브릿지 칩 번호입니다. 여기서 브릿지란 하드디스크 내부 신호를 USB로 바꿔주는 기판을 말합니다. 2019년에 나온 슬림 세대, 모델명이 WDBYVG로 시작하는 제품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SSD 제품이었다면 장치 이름 자체에 "My Passport SSD"라고 표시됩니다. 이름에 SSD가 없고 숫자만 붙어 있다면 회전식 하드디스크라고 보면 됩니다. 저처럼 헷갈리는 분이 꽤 있을 것 같아 먼저 짚어두었습니다.
장치 관리자 말고도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윈도우의 "드라이브 조각 모음 및 최적화" 창을 열면 드라이브 옆에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또는 "SSD"라고 미디어 유형이 표시됩니다. 저도 이걸 보고 나서야 확실히 납득했습니다. 제품 박스나 스티커가 없어도 1분이면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한번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주요 사양
용량은 2TB이고 윈도우에서는 1.81TB로 표시됩니다. 제조사는 1TB를 1,000GB로 계산하고 윈도우는 1,024GB로 계산하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일 뿐, 용량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인터페이스는 USB 3.2 Gen 1입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예전 USB 3.0과 같은 5Gbps 규격입니다. 본체 쪽 포트는 Micro-B이고 USB-A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USB 2.0 포트에 꽂아도 작동은 하지만 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두께는 약 19mm, 무게는 2TB 기준 120g 정도입니다. 전원은 USB 포트에서 받는 버스 파워 방식이라 어댑터가 따로 없고, 케이블 하나만 챙기면 됩니다.
보안 기능으로 비밀번호 보호와 256비트 AES 하드웨어 암호화가 들어 있습니다. WD 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로 백업과 암호 설정을 하고, WD 드라이브 유틸리티로 드라이브 상태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출고 시 NTFS로 포맷되어 있어 윈도우에서는 바로 쓸 수 있고, 맥에서는 NTFS 드라이버를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 보증은 3년입니다.

실제 속도
이 제품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대용량 파일을 복사할 때 실제 속도는 100~130MB/s 수준입니다. USB 3.0 규격상 이론 속도는 훨씬 높지만 하드디스크 자체가 그 이상 못 냅니다.
제가 직접 겪은 예를 들면, 20GB 정도 되는 영상 폴더를 옮기는 데 3분 남짓 걸렸습니다. 반면 사진 수천 장처럼 작은 파일이 많은 폴더는 같은 용량이라도 훨씬 오래 걸립니다. 하드디스크는 큰 파일 하나를 이어서 쓰는 것보다 작은 파일을 여기저기 나눠 쓰는 작업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파일이 많다면 먼저 압축해서 하나로 묶은 다음 옮기는 편이 체감상 훨씬 빠릅니다.
이 정도면 사진이나 문서 백업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십 GB짜리 영상을 자주 옮기거나 외장하드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돌리는 용도라면 답답합니다. 같은 용량의 외장 SSD가 4~8배 빠르니, 속도가 중요한 작업이라면 처음부터 SSD를 고르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대용량을 싸게 보관하는 목적이라면 이 제품이 훨씬 유리합니다.

오래 써보면서 느낀 장점
가장 큰 장점은 용량 대비 가격입니다. 2TB에 국내가 8~10만 원대이니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외장 SSD 용량의 두 배 이상입니다. 국내외 후기를 봐도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일치하고, 해외 판매처 기준으로도 100건이 넘는 리뷰에서 4점대 평점을 유지합니다.
두 번째는 휴대성입니다. 얇고 가벼워서 노트북 파우치에 같이 넣고 다니기 좋습니다. 어댑터가 없다는 점도 여기에 보탬이 됩니다.
세 번째는 꽂으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별도 설정 없이 윈도우에서 바로 인식되고, 처음 쓰는 사람도 헤맬 부분이 없습니다. 오래 쓰다가 같은 제품을 다시 사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주의할 점
첫째, 하드디스크라 충격에 약합니다. 내부에서 원판이 돌아가는 구조라 작동 중에 떨어뜨리면 데이터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책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정도의 높이도 위험합니다. 작동 중에는 특히 조심해야 하고, 가방에 넣을 때도 파우치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회전 소음과 진동이 있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쓰면 작은 회전음이 들리고, 책상에 올려두면 미세하게 진동이 느껴집니다. 저는 처음에 이 소리가 작아서 SSD로 착각했는데,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셋째, 포트와 케이블 궁합을 타는 편입니다. USB 3.0 포트에서 인식이 안 되거나 USB 2.0 속도로 잡히는 경우가 종종 보고됩니다. 실제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포트에 천천히 꽂으면 인식된다는 팁이 돌 정도입니다. 인식이 안 되면 다른 포트나 다른 케이블로 먼저 바꿔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넷째, 하드웨어 암호화를 켜두면 브릿지 기판이 고장 났을 때 데이터 복구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암호화 키가 기판에 있기 때문입니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중요한 데이터는 반드시 다른 곳에도 한 벌 더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섯째, 뽑을 때는 반드시 작업 표시줄의 "하드웨어 안전하게 제거"를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SSD는 갑자기 뽑아도 비교적 버티는 편이지만, 하드디스크는 쓰기 도중에 뽑히면 파일이 깨지거나 드라이브 자체가 "포맷이 필요합니다"라고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한 번 급하게 뽑았다가 chkdsk로 복구한 적이 있어서 그 뒤로는 습관처럼 지키고 있습니다.
상태 확인 방법
제 드라이브는 현재 216GB를 쓰고 있어 여유가 넉넉하고, 장치 관리자의 하드웨어 탭에도 "올바르게 작동"으로 표시됩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CrystalDiskInfo라는 무료 프로그램으로 S.M.A.R.T. 정보를 확인하면 됩니다. 여기서 S.M.A.R.T.란 하드디스크가 스스로 기록하는 상태 정보로, 총 사용 시간과 불량 섹터 개수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불량 섹터가 늘기 시작하면 교체를 준비하라는 신호입니다. 오래 쓴 외장하드라면 몇 달에 한 번 확인해두는 습관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WD My Passport 2627은 SSD인가요, 하드디스크인가요?
2.5인치 회전식 하드디스크입니다. 2627은 내부 USB 브릿지 칩 번호일 뿐이며, SSD 제품이라면 장치 이름에 "My Passport SSD"라고 표시됩니다.
2TB인데 윈도우에서 1.81TB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조사는 1TB를 1,000GB로, 윈도우는 1,024GB 단위로 계산하기 때문에 생기는 표기 차이입니다. 불량이 아니며 모든 저장장치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실제 전송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USB 3.0 포트 기준으로 대용량 파일 복사 시 100~130MB/s 정도입니다. 작은 파일이 많으면 이보다 느려지고, 외장 SSD와 비교하면 4~8배가량 느립니다.
외장하드가 인식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먼저 다른 USB 포트와 다른 케이블로 바꿔 꽂아보시기 바랍니다. 포트 궁합 문제가 대부분이며, 그래도 안 되면 WD 드라이브 유틸리티로 진단을 돌려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맥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나요?
출고 시 NTFS로 포맷되어 있어 맥에서는 읽기만 되고 쓰기는 되지 않습니다. 맥에서 쓰려면 NTFS 드라이버를 설치하거나 exFAT로 다시 포맷해야 합니다.
하드웨어 암호화는 켜두는 것이 좋을까요?
분실 시 보안에는 유리하지만, 브릿지 기판이 고장 나면 데이터 복구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암호화를 쓰신다면 중요한 파일은 반드시 다른 곳에도 백업해두시기 바랍니다.
외장 SSD 대신 이 제품을 골라도 될까요?
사진, 문서, 완성된 영상 파일을 대량으로 보관하는 용도라면 용량 대비 가격 면에서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편집 작업용 드라이브나 자주 들고 다니며 쓰는 용도라면 충격에 강하고 빠른 외장 SSD가 맞습니다.
마무리
WD My Passport 2TB는 SSD가 아니라 2.5인치 하드디스크 기반 외장하드입니다. 속도는 100MB/s 안팎이라 빠르지 않지만, 용량 대비 가격과 휴대성은 여전히 좋습니다. 사진과 문서를 대량으로 보관하는 용도라면 충분하고, 속도가 필요한 작업이라면 SSD를 고르는 것이 맞습니다. 어느 쪽이든 충격에 조심하고 이중 백업은 꼭 해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구입해 수년간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제조사나 판매처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습니다. 속도와 가격은 사용 환경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